[샘물인터뷰] 학년을 마친 후, 12학년 선생님들을 만났어요


12학년이 샘물의 꽃인 이유
[샘물인터뷰] 2022년 9기의 12학년 담임이었던 반디샘, 라크샘, 마루샘을 만났어요.


샘물의 꽃은 12학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12학년을 겪어야 샘물을 온전히 알 수 있다는 의미로 많이 통하는데요. 알쏭달쏭한 이 말을 들으며 도대체 12학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 2022년 9기의 12학년 담임을 맡았던 3명의 선생님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세 분 모두 몇 년 동안 12학년을 담당하셨던 선생님들이기에 궁금증을 풀어주는데 더할 나위 없는 적임자로 여겨졌어요. 9기의 졸업을 앞둔 지난 1월, 반디샘, 라크샘, 마루샘을 만났습니다.





나한나 선생님 (반디샘)

영어교사 (2013년~) / 12학년 담임 (2022년, 9기)



10년차 기독교사가 생각하는 기독교학교의 교사란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지식을 가르치고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참 많은 시간을 준비하고 에너지를 쏟는 것은 여느 학교 선생님과 다를 바 없을 것 같아요. 기독교학교 교사나 샘물의 교사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 지식을 성경적인 세계관으로 다시 한번 해석하고 우리의 삶과 생활에, 그리고 우리의 인격에 적용하기 위해 더 많이 고민하고 먼저 노력하고, 또 아이들에게 함께 이 길을 가자고 계속 권면하는 그런 자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억에 남는 제자, 선생님에게도 큰 위로가 되어준 학생

기억에 남는 학생이 많지만 올해 12학년 담임으로 만났던 친구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이 학생은 12학년 내내, 그리고 제가 살펴보니 샘물의 6년 내내 한 번도 결석이나 지각, 조퇴를 하지 않은 친구였어요. 체력적으로도 굉장히 버거운 12학년을 보내면서도 아침 말씀 묵상때도 한번도 자세가 흐트러진 것을 본 적이 없는 친구이기도 했어요.

이 친구가 입시 과정에서 희망하는 대학, 그리고 당연히 합격할 줄 알았던 대학에 실패를 한 거예요. 속으로는 엄청 많이 힘들어했죠. 그런데 늘 섬기는 자리, 공동체를 살피는 자리에 있던 친구라 믿음과 소망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입시 후에도 여러가지 일에 책임을 다하는 태도가 안쓰럽기도 하면서 자랑스럽고 또 많이 감동이 되었어요.

사실 담임교사 입장에서 내가 이 아이 진학 지도를 실패했구나, 이런 자책과 미안함이 많았어요. 서로 만나 울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지금 합격이 됐거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없어도 그래도 선생님이 제 마음을 먼저 다 알고 계시고 위로해 주셔서 굉장히 감사하다고, 평안이 찾아왔다고 말해 주어 제가 오히려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반디샘의 샘물, 섬김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킨 곳

제가 처음 참여했던 2014년 국토순례 세족식 때 있었던 일이에요. 굉장히 힘들었던 지리산 코스였고 마지막 날 밤에 저희가 세족식을 하며 아이들 한 명 한 명 끌어안고 수고했다, 격려하고 기도해주며 발을 닦아주었어요. 그런데 맨 마지막에 제 발을 조장 아이에게 맡기는 순간이 온 거예요. 저는 그 순간 너무 쑥스럽고 제 발을 보여준다는 것조차 부끄럽더라구요. 그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섬김을 받는 사람의 입장, 그 마음이 좀 부끄럽고 쑥쓰러울 수 있겠구나, 그러나 내 부끄러운 것들을 보여주고 내어줄 때 또 섬김과 사랑이 가능하겠구나, 섬김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할 수 있었던 시간이어서 한 장면처럼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샘물의 꽃은 12학년” 왜 그렇게 말하는 걸까요?

12학년은 굉장히 치열한 시기예요. 좌절하고 아픔도 겪고 자신의 모습을 직면하며 하나님께 나아가 기도하는 시간이 굉장히 많아져요. 그동안 닦아왔던 영성, 인성, 학업의 실력이 12학년 때 빛이 나는 것 같아요.

“12학년을 생각하면 정말 많은 장면이 있지만 저는 목장 풍경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12학년은 담임 교사와 반 아이들이 함께 일주일에 한번 목장 모임을 하는데요. 묵상과 감사 나눔, 기도제목 나눔을 하는데 감사하게도 부모님께도 말하기 어려운 내용을 서로에게 잘 나눠줍니다. 때로는 학교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친구도 있었는데요.

12학년을 생각하면 정말 많은 장면이 있지만 저는 목장 풍경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12학년은 담임 교사와 반 아이들이 함께 일주일에 한번 목장 모임을 하는데요. 묵상과 감사 나눔, 기도제목 나눔을 하는데 감사하게도 부모님께도 말하기 어려운 내용을 서로에게 잘 나눠줍니다. 대입이라는 무게로 숨이 막힐 정도로 힘든 마음을 나눈 친구, 때로는 학교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친구도 있었는데요. 선생님들과 함께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는 몇 개월의 과정 끝에 아이들이 회복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어느 날은 힘들어했던 친구가 목장에서 자기가 왜 샘물에 있는지 이제야 그 가치를 알게 되었다고, 샘물에서의 시간이 꼭 필요한 시간이었음을 깨달았다고 친구들 앞에서 고백해 주어 제가 참 많이 감사했던 적이 있습니다. 사실 반의 아이들이 서로 모두 다 친하고 신뢰하는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목장이라는 자리가 있었기에 본인의 힘듦을 고백하고 서로를 위해 중보하며 잘 극복해 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담임 뿐 아니라 함께 아이들을 말씀과 기도로 돌보시고 키워가시는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도 큰 힘이 되고 늘 감사하게 됩니다.

샘물인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순간

사실 다른 학교의 경우, 수능을 끝낸 고3은 입시를 끝낸 수험생으로 편안한 시간을 많이 가질 텐데요. 우리 학생들은 그 시간에 주변을 돌아보고 섬기고 나누는 일에 기꺼이 자신의 힘을 쏟는 것을 옆에서 보면 참으로 대견합니다.

학과별로 후배들 학업 지도도 해 주고요, 후배들을 위한 입시설명회에 함께 하며 질의응답도 참여합니다. 올해는 유치원의 성탄 예배를 도와 은혜샘물유치원 어린이들을 위한 연극도 했고요, 밥퍼공동체(다일공동체 밥퍼나눔운동본부)에 봉사활동을 모두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사실은 굉장히 쉬고 싶고 또 그동안 못해왔던 것들을 누리고 싶은 시기인데 최선을 다해서 섬기고 나누는 일에 함께 해 주는 모습을 보며 이 아이들이 그동안 어떻게 배워왔는지, 샘물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어떤 것이었는지 이런 것들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보는 샘물의 졸업생

12학년 때 말도 안 듣고 대들기도 하고 힘들어하던 친구들이 졸업하고 나면 선생님들이 막 그렇게 보고 싶다고 찾아와서 자기들의 삶을 나눠주고 가요. 군대 간 친구, 굉장히 원했던 학교를 붙었는데도 다른 사회 경험을 해볼까 휴학한 친구, 많은 아르바이트 경험 후에 결국 공부가 제일 쉬웠다며 학교로 돌아간 친구, 신앙과 봉사 동아리에서 열심히 훈련 받는 친구, 그동안은 자기 신앙만 챙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소그룹에 속하지 않으니 자기 신앙을 지키기가 어렵더라 고백하며 소그룹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친구 등등…

항상 감사한 것은 샘물의 졸업생들은 선생님들이 전화해서 진로 컨퍼런스, 선배와의 대화, 멘토링 등등 이러저러한 학교 행사가 있는데 도와줄 수 있겠느냐 하면 시간만 되면 달려와줘요. 그리고 심지어 불러줘서 고맙다고 얘기하면서 와줘요. 그 귀한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게 12학년 선생님들의 특권이고 감사인 것 같습니다.

진로의 한복판, 12학년 담임으로 몇 년을 씨름해보니

사실 중학교 때부터 진로가 뚜렷이 정해지면 뭔가 준비된 친구 같고, 그렇지 않으면 늘 대답할 것들을 찾느라 시달리는 아이들을 많이 봐요. 진로수업도 듣고 노력을 해오지만 찾지 못하는 경우들이 너무 많거든요. 12학년이 되어서 뭔가를 정해가는 경우도 있고, 졸업 후에도 계속 탐색을 이어가는 경우들도 많아요. 길을 일찍 정하는 것도 좋지만 정해지지 않은 것 때문에 아이들이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탐색하는 과정도 너무나 소중하고 자신을 발견해 가는 과정, 정말 잘하고 있다고 저는 학생들이 많은 응원과 격려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길을 일찍 정하는 것도 좋지만 정해지지 않은 것 때문에 아이들이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탐색하는 과정도 너무나 소중하고 자신을 발견해 가는 과정, 정말 잘하고 있다고 저는 학생들이 많은 응원과 격려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김문정 선생님 (라크샘)

수학교사 (2014년~) / 12학년 담임 (2022년, 9기)


어떻게 샘물에 오게 되셨나요

제가 학위를 받고 한국에 온 게 2013년 9월이었어요. 원래 했던 대학 강의를 알아보다가 우연히 제가 다니던 교회 주보 광고에 샘물중고등학교 수학 교사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해 그해 12월부터 수학교사로 함께 하고 있어요. 미국에서 왔을 때는 제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막막했는데 이렇게 인도해주셨어요.

수학 박사님으로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제가 공부했던 것과 고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정말 너무 달라서 지금까지 계속 공부해요. 처음 1-2년은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고요. 3-4년 때까지도 거의 매일 11시까지 기출문제를 풀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매년 새로운 문제가 나오니까 정말 고3의 마음으로 공부하는 것 같습니다.

“대안학교지만 입시도 잘 해야겠다” 내 생각을 바꾼 한 명의 제자

2014년, 11학년 담임을 맡은 첫 해였어요. 정말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는데 11월 모의고사를 보고 상담을 하는데 막 우는 거예요. 의대를 목표로 한 학생이었고 선생님들도 열심히 도와주고 본인도 열심히 하는데 모의고사 점수가 안 나오니 본인에게 실망하고 선생님에게도 미안하다고요. 이대로 고3이 되어도 될까 걱정하며 우는데 제가 그때 딱 결심한 것 같아요.

정말 이 아이들이 꿈을 가졌을 때, 샘물에서 행복하게 그 입시를 끝까지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돕는 방법을 찾아야겠다고요. 내가 수학 교사이니 수학으로 어떻게든 끝까지 도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때부터 한국의 입시가 어떤 것인지, 대학을 가려면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교재는 어떤 것이 좋은 것인지 이런 것들을 파악하기 위해 대치동 학원들을 돌아다니고 학원 선생님들을 만났어요. 그리고 정말 사교육 없이 입시는 어려운 것일까,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외부의 다른 선생님들을 찾기 시작했어요.

사교육 없이 입시는 어려운 것일까

12학년을 오래 같이 했던 폴샘(현, 양석현 교장선생님)과 함께 대안학교 선생님들의 진로진학모임에 가면서 눈이 좀 뜨였어요. 다양한 전형 방법도 연구하고 독특한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다른 선생님들에게 도전도 많이 받았어요. 사교육 없이 입시는 어려운 거라는 통념 앞에,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하진 않으실 거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정말 꾸준한 한 걸음, 한 걸음을 거쳐 졸업생들을 통해 결과를 보여주시며 힘을 주셨던 것 같아요.

제가 그때 딱 결심한 것 같아요. 정말 이 아이들이 꿈을 가졌을 때, 샘물에서 행복하게 그 입시를 끝까지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돕는 방법을 찾아야겠다고요. 그때부터 한국의 입시가 어떤 것인지, 대학을 가려면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교재는 어떤 것이 좋은 것인지 이런 것들을 파악하기 위해 대치동 학원들을 돌아다니고 학원 선생님들을 만났어요.


12학년 진학의 현장에서 라크샘이 만난 하나님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이 좋은 결과를 얻는 것도 물론 기쁘지만, 크게 잘하지 않고 큰 달란트가 없어 보여도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친구들이 결과를 이룰 때 정말 기쁩니다. 수학이란 과목이 끝까지 하기가 쉽지 않아요. 한 학생이 수학이 4등급, 5등급 나와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했어요. 다른 학생들은 수학을 중간에 놓고, 나는 다른 걸로 최저를 맞춘다고 하면 막 흔들릴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서 결국은 수학 약식논술로 합격하는 거예요. 12학년 진학의 현장에서 보면 이런 일들이 참 많아요. 끝까지 성실하게 하면 하나님이 반드시 길을 열어주신다는 것을 매해 경험해요.

일찍 진로를 결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12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기가 잘하는 것을 찾아서 그것에 매진해도 결과가 일어나는 것을 많이 봅니다. 자신이 원하는 꿈을 빨리 찾은 학생들은 그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 어떤 전형으로든 하나님께서 길을 여시고, 또 꿈을 못 찾았다 하는 친구들도 그래도 그냥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면 12학년 때 찾아서 또 길을 여시고… 아무것도 원하는 게 없어서 아무데나 원서 냈어요 하는 친구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요. 저는 그게 참 신기해요.



졸업생들은 교사들을 향한 하나님의 위로

입시 전형 중에 수학의 풀이 과정을 보는 약식논술, 수리논술 전형이 있어요. 수리논술로 대학을 간 1기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후배들을 지도해 5기 친구가 수리논술로 대학을 갔어요. 수리논술이란게 어렵기도 하고 굉장히 연습을 많이 하고 또 첨삭을 계속 해 주어야 하거든요. 선배들의 첨삭 지도를 받았던 그 5기와 6기 졸업생이 올해는 후배들을 위해 수리논술 지도를 했어요. 줌으로 회의를 하고 유형별로 정리하고 세밀하게 가르치고 첨삭을 해 주는데 후배들 입장에서도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것과 또 다르게 선배들의 가르침을 열심히 받아들이는 게 있거든요. 이렇게 후배들을 위해 나서는 졸업생들을 보면 참 자랑스럽고 이것을 통해 하나님이 선생님들에게 힘내라고 또 위로해 주시는 것 같아요.

학생들을 통해 매년 깨닫게 되는 나의 연약함

제가 사랑이 참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매년 느낍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저에게 계속 성장하라고 말씀해주시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자기주도학습이 어렵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힘든 학생들을 보면 잘 못 참았어요. 그렇게 가만히 놔두면 안된다고 생각해 말을 많이 했는데 어떤 친구들에게는 그 말이 잘 들리지만 어떤 친구들에게는 오히려 반감을 샀던 것 같아요. 지금 돌아보니 진짜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교육이 일어나는 것인데 제가 많이 부족했어요.

올해 아이들과 일대일로 상담을 하며 새삼스럽게 깨달은 게 있어요. 상담을 하며 아이의 손을 잡고 기도하면 상담을 끝내고 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달라요. 상담을 하러 들어올 때 모습과 참 다르구나, 얘가 지금 다른 기분으로 나가고 있구나, 이런 것들이 느껴집니다. 졸업생이 찾아와도 함께 기도하고 보내는데 그러면 졸업생들이 훨씬 따뜻하게 세상으로 나가는 것 같아 마음이 좋습니다.

라크샘의 샘물 한 장면

12학년 교사로서 제일 감동적인 장면은… 저희가 아침 복상 시간 전까지 일찍 등교해 기도하길 원하는 학생들은 누구나 안대욱홀에 가서 아침기도를 해요. 어느날 아침기도를 하고 불 끄고 나오려고 뒤를 돌아보면 어느 순간 학생들이 꽉 차 있을 때가 있어요. 특히 9월 모의고사 때, 그리고 수능이 가까이 왔을 때가 그런데요^^. 학생들이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이렇게 가득차 기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감격스러워요. 그런 순간들을 매년 경험합니다.


올해 아이들과 일대일로 상담을 하며 새삼스럽게 깨달은 게 있어요. 상담을 하며 아이의 손을 잡고 기도하면 상담을 끝내고 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달라요. 상담을 하러 들어올 때 모습과 참 다르구나, 얘가 지금 다른 기분으로 나가고 있구나, 이런 것들이 느껴집니다. 졸업생이 찾아와도 함께 기도하고 보내는데 그러면 졸업생들이 훨씬 따뜻하게 세상으로 나가는 것 같아 마음이 좋습니다.






강가혜 선생님 (마루샘)

국어교사 (2018년~) / 12학년 담임 (2022년, 9기)

기독교사로서의 두려움

내가 먼저 그 삶을 살고 있는가 하는 고민이 많은 것 같아요. 믿음의 도전,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고 가르치면서 진짜 내 삶의 현장에서 난 그렇게 살아내고 있나 두려움이 몰려올 때가 많고 그래서 사실 저도 더 성장하게 되는 것 같고요.
또 다른 두려움은 아이들이 기독교학교에서 기독교 가치관 안에서 자라면서 한편으로는 나약해지면 어떡하지, 세상 나가서 못된 사람 만나면 어떡하지 두려움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졸업생들을 보면 하나님이 진짜 이 아이들을 보호하고 계시다는 것을, 그리고 때로는 아이들이 길을 벗어난 것처럼 보여도 결국에는 돌아온다는 것을 보고 겪으며 제 염려가 다가 아니구나 생각합니다.

초임 교사의 12학년 생활

2018년 교사 생활을 처음 시작해 2019년부터 4년간 12학년 담임을 맡았어요. 돌이켜보면 저의 12학년 생활은 두더지가 한 마리 씩 올라오면 막 쳐내는 두더지게임 같았달까요. 여기 두 마리가 올라와서 막 쳐서 내려보내면 또 다른 두더지가 올라오고…. 감사하게도 두더지들이 다같이 올라오지는 않더라구요. 이 친구는 이때 힘들었고 그래서 이렇게 하나님이 은혜를 주셨지, 저 친구는 이렇게 힘들었는데 또 하나님이 이런 은혜를 주셨지, 정말 한 명 한 명이 너무 소중하고 그 서사가 다 기억이 나요.

저는 아이들과 교실에서 대화했던 장면들이 많이 떠오르는데요. 다들 이유는 달랐지만 무척 슬프고, 우울하고, 참 진지했거든요. 성적 때문에, 본인의 진짜 성적을 봤을 때 무너지고 자존감이 바닥치고, 미뤄왔던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막 터져나오기 시작하고, 부모님과의 갈등, 게다가 왜 살아야 하는지, 하나님을 왜 믿어야 하는지 본질적인 문제부터 나 이제 공부 좀 하려고 하는데 애들은 왜 이렇게 떠들까, 왜 이렇게 협조를 안 해줄까 관계의 문제들까지 정말 두더지처럼 문제들이 계속 올라와요. 12학년은 드디어 자기 삶 앞에 마주하는 순간인 것 같아요.

2019년부터 4년간 12학년 담임을 맡았어요. 돌이켜보면 저의 12학년 생활은 두더지가 한 마리 씩 올라오면 막 쳐내는 두더지게임 같았달까요. 여기 두 마리가 올라와서 막 쳐서 내려보내면 또 다른 두더지가 올라오고…. 감사하게도 두더지들이 다같이 올라오지는 않더라구요. 이 친구는 이때 힘들었고 그래서 이렇게 하나님이 은혜를 주셨지, 저 친구는 이렇게 힘들었는데 또 하나님이 이런 은혜를 주셨지, 정말 한 명 한 명이 너무 소중하고 그 서사가 다 기억이 나요.



교사로서 그럴 때.. 어떡해야 해요?

정말 어떡해야 할까요? 저도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저는… 일단은 그 친구들과 개인적으로 시간을 좀 보냈던 것 같아요. 어떤 친구들은 데리고 나와서 밥을 사 먹이고 어떤 친구는 같이 운동장을 산책하고 어떤 친구는 밤에 남아서 교무실에서 따로 이야기를 하고… 이렇게 다 만나서 일단은 듣고, 듣고 나서 사실 제가 하는 대답은 늘 똑같았어요. “그냥 해!”라고요. 고민이 있는 게 너무 당연하고 그 고민이 언젠가 또 사그라들고, 하지만 또 올라오고.. 그러니 지금은 그냥 하자,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이렇게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너의 어려움은 당연한 거고 하나님이 그 어려움을 무시하지 않으신다는 것, 그리고 진짜 앞서서 돕고 계시다는 것을 저의 공감으로 전하고 싶었고 또한 공감하고 이해하지만 동시에 현실을 살아낼 수밖에 없으니 현실을 살자, 용기와 응원을 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한번 대화 나누고 나면 관계가 깊어졌던 것 같아요. 학생들도 자기 이야기를 한 번 털어낸 것만으로도 일단 힘이 됐고 그 후에는 결국 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구나 포기도 좀 됐던 것 같고요. 신기하게 저랑 무척 많이 부딪히고 여러가지 도전적인 질문을 많이 던졌던 친구들이 졸업한 후에도 제일 많이 연락이 와요.



인생의 희로애락을 경험하게 해 준 제자들 이야기

인생의 희노애락을 함께 경험하게 해 준다는 것이 12학년 담임교사의 진짜 큰 장점^^이거든요.
많은 학생들이 기억나지만 제가 처음으로 12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그때 당시 우리 반 학생들이 다들 개성이 넘쳤는데 그 중에 축구를 제일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어요. 사시사철 축구를 해야 하는 친구였어요. 체육교육으로 진학하고 싶어해서 체육 실기를 봐야 하는데 그러려면 일단 몸을 잘 보호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축구를 하다가 또 다치고, 그럼 연습을 쉬게 되고, 그럼 본인 실기 준비가 어려워지고… 이것 때문에 그 친구랑 정말 갈등이 많았어요. 저는 축구 못하게 하고, 그럼 그 친구와 부딪히고, 한번은 저도 너무 화가 나고 답답해서 엄마한테 가서(편집자주: 선생님의 엄마) 막 울면서 엄마 쟤 좀 어떻게 해 달라고 말도 안되는 하소연을 할 때도 있었을 정도였어요.^^ 참 사건도 많고 시간도 많이 보내고 대화도 많이 했던 친구인데 그러다보니 이제는 가장 친밀한 제자가 되어 졸업하고 군대 제대하고 줄넘기 교실에서 선생님하고 있는데 자기가 저한테 들었던 말들이 요즘 많이 생각난다고 해요. 그 말들이 지금 자기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가장 해 주고 싶은 말들이래요.

함께 파송되는 샘물의 졸업식

졸업식 날 아이들과 인사할 때도 눈물이 많이 나지만 특별히 부모님들에게 그렇게 동지애가 느껴지더라구요. 어머님 정말 고생 많으셨다,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저도 많이 배웠다, 이런 말씀을 드릴 때 눈물이 많이 나고 샘물에서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일은 정말 기도의 세겹줄의 은혜를 맛보는 시간이구나 생각이 듭니다.

샘물의 졸업식은 단순히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학업을 마친다는 의미 이상으로 정말 공동체에서 이 아이들을 세상으로 파송한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아이들도 그렇게 받아들이고요. 학생들도 그동안 함께하면서 겪었던 모든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결국 남는 게 공동체라는 고백을 하게 되는 특별한 졸업식인 것 같습니다.

감사한 건 대학 진학을 못하거나 원치 않는 대학에 가서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다 나가서는 결국 이 아이들끼리 만나서 서로 또 위로하고 힘을 얻어 그다음 도전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특별한 정을 갖고 동역자로 함께 살아갈 친구들과 함께 세상으로 파송되는, 샘물의 졸업식은 그래서 항상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감사한 건 대학 진학을 못하거나 원치 않는 대학에 가서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다 나가서는 결국 이 아이들끼리 만나서 서로 또 위로하고 힘을 얻어 그다음 도전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특별한 정을 갖고 동역자로 함께 살아갈 친구들과 함께 세상으로 파송되는, 샘물의 졸업식은 그래서 항상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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