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는 샘물에서의 시간이 행복하다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러나 9학년을 지나면서 서서히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의 행복함, 선생님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알아가게 되었던 것 같아요. 까칠하고 관계가 어색했던 저는 샘물에서 친구들과 선생님 덕분에 정말 많이 성장했습니다.
15년의 샘물 생활을 마치고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샘물 7기 병권이
요새는 역대급으로 놀고 있다는 대학 신입생 병권이를 지난 5월 만났습니다. 샘물 7기 병권이는 2006년 아이샘 샘물유치원, 샘물기독초등학교, 샘물중고등학교를 거쳐 2021년 초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대학 신입생이 되었습니다. 공부 욕심도 꽤 많고 그만큼 성과도 있었던, 소위 말하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었던 병권이. 그런 병권이가 경험한 샘물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9학년이 되어서야 샘물의 진가를 서서히 알게 되었다는 병권이에게 그 샘물의 진가를 들어보았습니다.
그 오랜 시간 중, 병권이가 샘물에서 얻은 가장 큰 배움은
사람과의 관계인 것 같아요. 원래 저는 관계가 어색한 사람이고 어떤 면에서는 까칠하고 무척 성격이 안 좋은 사람이에요(웃음). 지금도 새로운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거든요. 그런 제가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우선은 선생님들이 지금까지 저를 대해주신 태도와 가르쳐주신 것들을 통해, 그리고 친구들이 저에게 먼저 다가와준 것들을 통해 관계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되었어요.
제가 본격적으로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게 된 것은 9학년 국토순례 이후였던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친구들이 저에게 인사를 하고 말을 걸어 주어도 약간 피하고 이런 사람이었는데 그럼에도 열심히 친근하게 대해주었던 친구들 때문에 저도 관계에 잘 적응해갈 수 있었습니다. 10학년, 11학년을 거치면서는 국토순례 등을 통해 선배와 후배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친해질 수 있었고요.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친구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11학년 샘물가족축제(2019년)에서 복면가왕 컨셉의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제가 그때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를 불렀거든요. 그 노래가 반응이 없으면 잘 안 사는 노래잖아요. 이게 비밀프로젝트였고 가면을 쓰고 나갔지만 동기들이 다 저인줄 알고 엄청나게 환호를 해주어 정말 고마웠어요. 축제 때는 친구들과 팀을 이뤄 신나는 댄스를 했어요. 제가 워낙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아닌데 친구들 덕분에 그런 유쾌한 생각을 할 수 있었고 받쳐주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재밌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미디어 절제가 필요했구나’ 알게 된 대학교 1학년 신입생 생활
제가 지난 15년 동안 미디어를 거의 접촉하지 않고 핸드폰 한번 없이 살았는데 지금은 밀려오는 미디어의 자유로부터 적응하는 중인 것 같습니다. 요즘 특히 드는 생각은 아마도 제가 중독이 잘 되는 성향의 사람이어서 그럴지 모르겠지만 중고등학교에서 미디어 절제 훈련이 정말 필요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부터 휩쓸리면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저는 학교 덕분에 공기계도 없이 생활할 수 있었고 그 덕에 조금 더 제가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미디어를 정도껏 즐기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절제훈련이 필요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요새 제가 웹소설에 빠져 있다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샘물에서는 미디어가 없는 상황에서 시간을 보내는 법을 많이 배웠는데 지금은 미디어의 자유 속에 살아가느라 아직 정신을 차리지는 못했습니다(웃음). 그러나 다시 성실한 일상을 회복해야죠.
힘들었던 코로나 고3, 힘이 되었던 의외의 순간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목표를 높게 잡았는데 8월 검정고시와 단기봉사 기간이 딱 겹치는 거에요. 한국사는 백점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8월에 검정고시를 또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단기봉사를 안 가기 위한 굉장히 좋은 핑계가 검정고시였죠. 그런데 준비가 덜 되었던 한국사에서 말도 안되게 백점을 맞은 거에요. 검정고시를 다시 봐야 한다는 핑계가 없어져서 사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단기봉사를 갔는데요. 그때 수련회가 제 인생에서 정말 역대급으로 좋았던 수련회였고 단기봉사 준비하는 과정부터 다녀오는 모든 과정이 정말 행복했어요. 그 순간이 있었기에 제가 작년, 힘들었던 코로나 고3의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경험한 하나님은 제가 원하지 않았지만 그걸 보내시는 하나님, 그것으로 저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시는 하나님이었던 것 같아요.
“사교육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없었을까
분명히 했죠. 안 할 수 없었어요. 차라리 내가 재수학원에 갇혀서 공부했으면 좀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어요. 하지만 샘물에서의 시간을 보내면서 수능 준비만으로 학창시간을 보내는 것은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재수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샘물에서 많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거긴 사실 학업적인 부분도 커요. 정시부터 수시 준비까지 선생님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시고 – 수시 준비하는 친구들도 많고 저는 정시를 준비하긴 했는데 – 게다가 저희는 선생님들이 일대일로 면담을 해 주시는데 그건 굉장히 큰 혜택이에요. 학생이 많지 않아 가능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선생님들께서 그것을 기쁘게 여겨주시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일대일 면담, 학교에서 가르쳐 주시는 것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대입은 샘물이든 다른 학교든 사실 다 힘들고 어려운 것 같아요.
9학년이 되어서야 알게 된 샘물의 의미
초반에는 샘물에서의 시간이 행복하다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러나 9학년을 지나면서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의 행복함, 선생님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서서히 알아가게 되었던 것 같아요.
우리 후배들도 샘물에서 단순히 6년 간의 수능 준비 이상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될 거에요. 서로 뜻을 조율해 과제를 준비하는 법을 배우고, 같이 준비한 것을 다른 사람들 앞에 나가 말하는 법을 배우며,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볼 수 있는 태도와 모르는 친구와 나눌 수 있는 법 또한 배울 수 있을 겁니다. 국토순례와 축제가 있으면 더 끝내줬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빨리 코로나가 끝나서 제가 경험했던 많은 것들을 후배들도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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