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기 졸업생의 편지

(편집자주] 지난 7월 초, 한 선생님께 5기 졸업생(2013년 입학, 2019년 2월 졸업)의 편지가 전해왔어요. 샘물을 졸업하고 보니 마주한 세상에 절망이 되어 울기도 했지만, 샘물에서 배웠던 것들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가 경험하고 있다고요. 6년이란 시간을 매일 교회 안에서 살아가던 그때는 몰랐지만 세상으로 나아가 구별되지만, 녹아들어,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삶을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매일 생각한다고요. 후배들에게, 공부를 못해도 낙심하지 말라고, 교장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내가 가는 대학이 나에게 가장 좋은 대학”이라는 그 말이 정말 사실이라고, 사명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후배들에게 꼭 말해 달라고 편지를 전해 왔어요. 선생님들을 포함해 많은 분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아 편지 전문을 싣습니다. 




선생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여름맺음과 장마로 많이 분주한 시기일 것 같습니다. 큰 사건을 직접 경험한 것도 아니고 세상 속에서 분투하며 사는 것도 아니지만 요즘 세상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과 후배들을 응원하는 편지를 쓰고자 합니다.

요즘 드는 생각은 세상이 정말 악하다는 것입니다. 이대로라면 기독교적 가치의 쇠퇴는 물론, 옳고 그름을 주장할 수 없는 다음 세대는 확정적입니다. 사회에 나아가 어떤 지위와 힘으로 목소리를 내야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나님 또한 낮아짐과 약한 자를 들어쓰시니까요.
 
지금 제가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청년들이 살아가는 사회적 위치가 중간 단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샘물 후배들을 포함해서요.
아직 자아정체성이 형성되지 않은 유치원~초중고등학교의 다음 세대가 어떻게 세워질 것이냐 라는 것을 두고 저는 실질적인 액션을 취하기에는 참 애매한 중간 단계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하고 그저 한자라도 더 공부하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를 확고히 하는 거라 생각해요.

어쩌면 이미 알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세상의 주류인 미디어와 성 관념, 문화가 얼마나 얼토당토없고 절망적인 상황인지.. 많은 청년들이 자극에 절어 시체처럼 살아가고 있으나 본인들은 모릅니다. 기독교인조차 자신의 가치관과 사고체계가 잠식당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마주한 세상을 보고 처음에 저는 방에서 홀로 울었습니다. 그냥.. 그렇게 소망이 없게 느껴지더라구요. 앞서 나눈 생각들 때문은 아니었지만 이런 기억들이 후배들을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으로 이어지네요. 사랑하는 후배들이 마주할 세상 속에서 진리를 마음에 새기고 수호하며 살아가길 기도합니다.



또한 응원하고 싶은 것은 세상을 이기신 예수님을 신뢰하며 나아가자는 것입니다. 제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 것은 샘물학교의 여러 가치들과 슬로건이 정말 강력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함께 들은 친구들보다 유독 이런 문구들을 더 기억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입니다.


“백만인을 섬기는 예수제자”
“매일, 조금씩, 천천히”
“성장하지 않으면 죽은 것이다”
“방학은 학업을 놓는 시간이 아니라 방향을 잡는 시간이다”
“그것은 비겁한 것이다”


기독교와 관련없는 연구지만 이런 가치들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를 많이 접했습니다. 나아가 이런 가치와 문구들 이전에 항상 학생들을 예수님이 보여주신 사랑으로 기다려주시고 기도해주신 선생님들의 헌신이 있기에 저는 정말 넉넉히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사람이 일생동안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몇 명 정도인지 아시나요? 최근에 저는 영향을 덜 미치고 살아갔을 때 그 수가 만 명이라고 들었습니다. 후배들에게 이러한 간증을 전해주시고 응원해주세요. 물론 당시에 와닿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6년이라는 시간을 매일 교회 안에서 살아가기 때문이죠.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부르셨기에 후배들은 이제 곧 세상으로 나아가 그들 안에서 구별되지만 녹아들어 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 혹 낙심한 친구가 있다면 격려해주시고 함께 기도해주세요. 저도 선생님과 학생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대치동에서 사교육 받는 친구들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불안해하고 속은 병들어있더라구요. 물론 순기능을 잘 취하는 학생들도 있지요. 제가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공부 조금 못해도 괜찮다. 성적 오르지 않아도 문제없다. 교장선생님이 늘 말씀하셨던 것은 “내가 가는 대학이 나에게 가장 좋은 대학”이라는 것이었고 그것은 사실입니다. 확실한 것은 사명을 찾는 것이 우선입니다. 저는 그게 가장 옳은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의 일상이 하나님 앞에서 드려지는 예배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지 공부 열심히하고 10시간 이상을 책상에 앉아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가 지난 번에 고3 미적분 수업에서 방학에 13~14시간을 순공부시간으로 잡았다고 한 이야기가 혹여나 부담을 주거나 좌절시키지는 않았을까 우려가 되더라구요. 행위가 먼저되는 것이 아니라 은혜의 복음을 경험하면 주어진 시간을 기쁨으로 성실하게 살아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러한 부분에서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말씀해주세요 🙂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앞으로도 사랑하는 후배들을 잘 양육해주시고 품어주시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힘과 지혜 주시길 제가 있는 자리에서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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