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선생님처럼… 2기 세원이 이야기

나는 공부를 못해, 나는 부자가 아니야, 꿈을 가지면 뭘 해, 되지도 않을텐데… 부정적인 생각과 자기연민에 가득차 있던 저였는데 지치지도 않고 끈질기게 제 마음을 살피고 이해해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제 마음이 열렸습니다. 뒤늦게 공부와 체육을 병행하며 대학입시를 진행하는 과정에 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받은 하나님의 은혜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문득 문득 예전의 걱정과 자기연민, 내 안의 연약함에 마주할 때 누군가에 화살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사랑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신뢰하기에 오늘도 목적 있는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기독 체육교사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2기 세원



세원이의 샘물, 잿빛이었던 시간

시간에 색이 있다면, 샘물학교에서 제가 흘려보낸 고1, 2학년 대부분의 시간은 잿빛인 것 같습니다. 철저하게 악하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선하지도 않은 중립적인 자리에서, 저는 줄곧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줄다리기를 하곤 했습니다. 학업에 성실하지도 않았을뿐더러 하루를 맞이하는 것이 전혀 즐겁지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과 선생님께서 제게 말씀하신 것들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채 많은 어리석음을 저질렀습니다. 걸핏하면 학교를 벗어나려고 했고, 수업 때마다 초점 없이 앉은 모습에 선생님의 걱정을 일삼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잠들어 있던 때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저 스스로가 바른길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탓을 환경에 돌리곤 했습니다. ‘나는 공부를 못해, 나는 부자가 아니야, 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내 미래는 답이 없을 거야, 꿈을 가지면 뭐해! 되지도 않을 텐데!’ 끊임 없이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들과 자기연민은 저를 더욱더 어둠 속으로 끌어당겼습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꿈과 목표의식은 눈앞에 현실과 괴리감이 너무 커서, 특정 이들에게만 한정된 것이라고 여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왜 쉽게 꿈꾸지 못하는지를 다른 이들은 모른다는 것이 화가 났습니다.


내버려두지 않았던 선생님

샘물의 선생님들께서는 그런 저를 내버려 두지 않으셨습니다. 계속해서 안타까워하시고 끊임없이 들어주셨습니다. 하지만 저 자신를 옭아 맺던 생각들은 선생님들을 바라보는 시각마저 왜곡시키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나에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내게 변화되면 선생님께서 인정을 받으실 거니 나에게 이런 관심을 보이시는 것 같아.’

이런 생각 속에 갇혀 있었기에 누구의 말도, 조언도, 관심도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지칠 만도 하셨을 텐데, 참 끈질기셨습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계속 저의 마음을 살피셨고, 저를 이해하고자 노력하셨습니다. 복도에서, 교무실에서 마주치는 선생님들의 말씀은 그저 인사치레로 던지시는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선생님들의 마음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토록 제 마음에서 튕겨 나갔던 선생님들의 말씀 속에서 자기 자식처럼 안타까워하시고 이해하시려는 마음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나처럼 무너진 마음을 안고 사는 아이를 위한 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제 마음은 조금씩 열렸고, 제 안에 한 가지 꿈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나처럼 무너진 마음을 안고 사는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었습니다. 또한 제가 받은 도움과 은혜를 갚고자 저와 비슷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잘 이끌어주는 교사가 되어보고 싶었습니다. 특별히 저는 체육을 좋아했기에 체육 교사에 대한 꿈이 더욱 분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가 바로 고2가 마무리되는 시점이었습니다. 꿈이 생기자 지금까지 흘려보냈던 시간이 너무 아까웠습니다.


정말 늦었지만 정말 늦은 때는 없다

그리고 그때부터, 쉽지는 않았지만 굳은살처럼 박인 불성실함을 벗어 던지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점차 수업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항상 중보 해주시는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으며 여느 고3들처럼 계획을 세워 공부도 하게 되었습니다. 체육 학원과 학교를 오가면서는 그 전까지 놓친 시간을 주워 담아 보고자 매일같이 최선을 다했습니다. 몸은 피곤하지만, 주일이면 늘 예배당에 가서 기도시간마다 무릎 꿇고 부르짖어 기도했고, 그 가운데서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극복해 낼 수 있었습니다.

1년 동안 애써 준비했던 그 결전의 시간, 대학입시 첫 실기시험장에서 실수를 하는 바람에 실격을 당했습니다. 가장 가고 싶었던 학교였기 때문에 크게 상심했습니다. 결국, 어쩔 수 없나 하는 두려움이 다가왔습니다. 그러던 중 두 번째 대학 실기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실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멀리뛰기 종목 1차 시기에서, 무리하게 뛴 까닭에 균형을 잡지 못하고 땅에 손을 짚어 버렸습니다. 첫 실기시험을 치던 날 실격을 당했던 순간이 겹치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멀리뛰기 특성상 대게 2차 시기에 더 높은 성적이 나오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때부터 하나님이 일하기 시작하셨습니다. 놀랍게도, 3초도 차 되지 않는 그 짧은 시간이 가는 동안 정말 간절히 기도하고서 2차 시기를 뛰니, 저는 ‘만점’이라는 믿기지 않은 말을 들었습니다. 태어나서 받은 실기 성적 중에 가장 높은 성적이었습니다. 제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실기 종목 모두에서 만점을 받았습니다. 저는 제 마음에 기대와 평안함이 싹트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모든 실기 종목에 만점을 받았습니다. 감사하게도 처음 실기에서 실격된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두 학교에 모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결국 제 기도와 수고가 헛되이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셨고, 그분께 헌신한 것들이 상급이 되어 돌아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어느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하나님께로 마음을 돌이키기 위해 지나간 시간 속에 제가 흘린 땀은 곧 기쁨의 눈물이 되었습니다. 저는 하나님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멀어졌을 때 이미 하나님의 손을 놓쳤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더는 나를 찾지 않으실 거라고생각한 순간 바로 그 자리에도 하나님께서는 계셨던 것 같습니다.


정말 기적은 대학 합격이 아니라 내 마음의 변화

저는 명지대 체육학부에서 체육교사의 꿈을 안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고2 때까지의 제 모습을 아는 분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이야기하십니다. ‘세원이가 그 학교 다니는 것은 기적이야!’ 그러면 저는 그 부정할 수 없는 말 앞에서 그저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기적인 것은 그런 결과를 넘어 제 마음과 삶을 대하는 자세의 변화입니다. 문득문득 예전의 걱정과 자기 연민, 내 안에 발견되는 연약함에 마주할 때 누군가에 화살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 것을 보게 됩니다. 앞으로 제 인생이 어디로 향할지, 한 치 앞도 모르지만 더는 예전만큼 불안하지 않습니다. 저를 끝까지 믿어주시고, 기대해 주시는 샘물의 선생님들과 부모님의 사랑을 경험했기에, 그리고 그 사랑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신뢰하기에 오늘 저에게 주어진 목적 있는 일상을 힘있게 살아내게 됩니다.

다시 한 번, 제가 넘어질 때마다 격려해주시고, 끝까지 저를 포기하지 않으신 부모님과 모든 선생님, 특히 이찬형 교장 선생님과 권문영 상임이사님께 감사의 말씀 드리며,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립니다. 감사합니다.

2016-09-23 [소식지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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